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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개

여름철이 되면 보신탕 애호가들이 군침을 삼키면서 바야흐로 개들의 수난기는 시작된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육질이 사람과 비슷하여 기력회복이 빠르다고 하며 ‘이보다 맛있는 고기는 맛보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개고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죽으면 다시 개로 태어날 수 있다.'는 환생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사람 못지않게 영리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임을 가상하게 여기며, 개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고 교감하는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 정성껏 보살피다 죽으면 엄숙하게 장례도 치러준다. 이렇듯 식용이든 애완용으로서든 개가 인간생활과 밀접한 건 사실이다.
 
어느 해 초여름이었다. 농촌마을에 현지 지도를 나갔는데 거기서 마침 친분 있는 분을 만나 자기 집에서 음료수라도 한잔 하자고 해서 쾌히 따랐다.
 
그 집은 운치있는 전원주택에 사는 귀농인 농가로 적잖은 레코드판을 소장하고 있는 그 곳에 가면 늘 평온하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또한 갈 때마다 색다른 향을 가진 차를 내 놓는다. '전원주택과 클래식 그리고 차 향기의 조화가 절묘하다.'고 찬사를 늘어놓으니 주인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집이 외지고 넓다 보니 그 집에는 유난히 기르는 개가 많은데 원산지도 다국적이어서 독일풍, 프랑스풍의 이국적이고 앙증맞은 개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취미도 고상하여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기르다보면 당연히 주인을 닮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녀석들은 또 모두 기독교 신자란다.
 
오랜 신앙생활로 기도가 익숙해진 주인은 개들에게 먹이를 줄 때 꼭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 주고 여느 예배당처럼 기도가 끝나면 '아멘'을 해 왔는데 몇 년 간 기도생활이 몸에 익은 그 개들은 음식을 앞에 놓고 기도를 기다리며 '아멘'으로 기도를 마무리하기 전에는 절대로 음식을 들지 않는다고 한다. 더러 기도가 늦어지면 보채고, 어쩌다 아멘을 빠뜨리거나 짧게 끝내면 제 얼굴로 주인의 몸을 애교스럽게 부비며 다시 해 달라고 칭얼댄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섬세한 감정표현에는 개들과 인간과 다를 바가 없군요.'라고 말하면서 모처럼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는데 주인집 멍멍이 예찬은 그칠 줄 모른다.
 
그놈들에게는 각각 임무가 주어져 있는 모양이다. 어느 놈은 집사, 다른 놈은 수문장, 경호원, 투견용, 번식 총책임자, 매니저로 다들 중책을 맡고 있으며 자기들 임무를 너무 충실히 이행하다가 더러 방문객을 다치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나도 그 집에 갔을 때 수문장 녀석에게 혼난 적이 있다. 대문으로 들어가려니 덩치 큰 놈이 버티고 있어 대문 옆에 개구멍 비슷한 공간이 보이기에 거기로 들어가려니 그녀석이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로 짖어대는 바람에 난 허둥대며 도망 나와 주인을 전화로 부른 적이 있다.


혼나는 것은 당연하지. '개구멍은 저 녀석들 출입구인데 내가 그만 깜빡 잊고 그놈들의 영역을 침범을 한 것이다.
 
그 집의 개들을 보면서 의리 있고, 충직하며 지혜로운 개들의 세계, 아니 동물의 세계를 생각하면 인간의 세계가 때때로 그렇지 못함에 숙연해진다.
 
지칠 줄도 모르며 탐욕을 쫓고, 금전만이 만사형통의 길인 양 돈의 노예가 되고, 오르고 보면 허탈하고 부질없는 권력을 탐하느라 선(善)과 덕(德)과는 점점 멀어지며 백년도 안 되는 삶을 마감하는 부류가 있다. 그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서 소박하고 여린 선남선녀들은 다치기도 한다. 그러기에 못된 사람보다 차라리 동물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는 인간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보다 욕구가 세분화되고 차원이 높아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부조리인지도 모른다. 단순한 사람보다 지능적인 사람이 죄를 지으면 더 추악한 것처럼...
 
욕심이 커지고 제동이 걸리지 않고 달리다 보면 악(惡)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생태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반면, 자신을 가다듬고 반성하며 무언가를 간구하기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는 개'의 이야기는 대자연속 폭포수 아래에서 물세례를 받은 싱그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상의 잡음에 부대껴 칙칙하고 시들했던 마음이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파릇파릇 살아난다.
 
그 집 멍멍이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올 여름도 무덥지 않기를, 그래서 무사히 지나가기를, 주인이 변심하지 않고 자신을 여전히 사랑해 주기를' 아마도 간절히 소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수영  visionlk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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