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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 식탁 문화의 중요성

먹는 문화란 단순한 식도락의 차원이 아니다. 요리는 종합예술로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만일 먹는 문화가 있다면, 그 때 먹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세련된 문화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식탁 매너의 시작은 음식문화를 즐기려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근본적으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친근함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맛있고, 보기 좋은 요리로 배를 채우다 보면 쌍방 간에 여유가 생길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열려 있는 ‘틈’을 발견할 수 있어, 서로가 서로를 잘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말에 ‘한솥밥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를 영어로 말하면 ‘Companion’이고, 프랑스어로 말하면 ‘Compagne’이다. 이 말들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동무, 동반자’란 뜻이지만 ‘같이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들은 모두 다 ‘함께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은 곧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가 시간 보내기는 ‘휴가(Vacances)와 식도락(Gastromie)’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 있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때우기’가 아니라 섬세한 미각을 가진 자신들의 혀를 만족시키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적 삶인 것이다. 미국인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는 것을 흉보는 이유도 먹는 즐거움을 문화로 보지 않는 그들의 천박함을 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수 백 가지의 형용사를 구사하면서 맛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한다. 그리고 친한 친구를 초대해서 식사 대접하기가 삶과 사교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때 함께 먹고 즐기고 음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서로 우정을 쌓아간다.

이제 우리도 먹는 것이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즐기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음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꾸어야겠다. 그러면 우리들의 식탁매너도 바뀔 것이다.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들의 식탁매너를 관찰해 보면, 아직도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식사(食事)’라는 한자어 그대로 먹는 것을 일(事)로 보는 것이다.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을 기대하며, 조용히 기다리기보다는 “음식이 왜 빨리 안 나오는 거야!”하며 소리치고, “아가씨! 물 좀 가져와!” 하며 반말로 종업원을 대한다. 더 심한 것은 음식이 나오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이쑤시개로 꼴사납게 이를 쑤시곤 한다. 이런 모습은 역시 먹는 것을 ‘에너지 충전’이라는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업원을 무시하는 태도는 ‘먹 거리도 하나의 문화’라는 인식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다. 먹는 것을 단순한 생존 차원의 에너지 충전으로 보는 생각에는 배고픈 것과 배부른 것, 두 가지 만 있을 뿐이지 ‘어떻게 먹고, 어떻게 먹기를 즐기는가?’하는 생각은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 그러니까 일부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레스토랑에서의 꼴불견이 나오는 것이다.
 
좋은 식탁매너를 가지려면, 먹는 행위가 적어도 배불리는 행위가 아니라, 매너가 요구되는 ‘문화 행위’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먹는 것은 배불리는 행위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좋은 식탁매너란 “어떻게 하면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배를 부르게 할 수 있을까?”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서양인들과 식사를 해보면, 빠르게 음식을 후다닥 해치우는 법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식탁매너의 시작은 “천천히, 요리를 음미하면서 즐겨라!”이다. 실제로 서양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면 기본이 2시간 내지 3시간이 걸린다. 천천히 식사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식사 시간의 보조를 맞추면서, 대화를 즐기며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탁매너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음식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음식 앞에서 이 음식의 유래는 어떻고, 어떻게 해서 맛이 나는지 등등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식사 초대는 그 자체가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지 빨리 먹고 다른 행위, 예를 들면 로비나 사업을 하기 위한 절차가 된다는 것은 음식도 중요한 문화이고,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행위이다. 서양인들은 음식을 대접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멋진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 대해서는 ‘맛이 없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며 취향의 차이로 돌리며 솔직하게 표현한다. 서로간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 맛있을 때 서양인들은 그냥 단지 ‘맛있다’라고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 구체적인 찬사를 늘어놓는다. “부드러운 고기와 소스가 참 잘 어울린다,”, “요리와 와인이 잘 어울렸다.” 등의 구체적인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해 ‘무엇을 먹을까?’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못 먹는 절대 빈곤으로부터 대부분 해방된 후, 이제는 ‘어떻게 먹을까?’를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다. 즉 ‘먹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결과 중심적’으로 ‘빨리, 빨리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라는 식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들의 식사 문화를 ‘과정 중심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너는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삶을 살아가면서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 줄 아는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룰 내용을 ‘식탁매너’라고 명명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들’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서양인들과 실수나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식사할 수 있는 국제 비즈니스맨이 될 수 있도록 서양 정식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식사의 내용과 매너도 살펴보려 한다.
 
본격적인 식탁매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은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다시 또 한 번 생각해 본다. 청주대 손일락 교수는 “사랑은 식탁을 타고 온다.”고 국민일보의 한 칼럼에 쓴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막가파'나 ‘지존파'같은 조직 폭력배들은 대부분 편부나 편모슬하에서 성장한 결손가정 출신이 많은데, 그 이유는 ‘결손가정이 사랑과 유대가 넘쳐흐르는 식사 공간의 증발과 부모와 자식 간의 물리적?정서적 접촉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부추기고 이 과정에서 야수의 시대가 잉태되었을 가능성'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식탁은 단순하게 고픈 배를 채워주는 물리적인 공간이상으로 사랑과 정을 나누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그뿐만 아니라 핸드폰 등 통신의 발달로 참을성이 약화되고 인간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이 시대에 온 가족들이 모여서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더 나아가 좋아하는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하는 대화와 식사는 매우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아무튼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행동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과 우정을 교환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다. 식사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마음을 열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우리는 식사를 함께 하면서 모르는 사람을 알게 되고, 친구와는 우정이 더욱 돈독해진다. 뿐만 아니라 사업상의 거래가 대부분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식탁 매너를 잘 모르면 교제가 어렵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식탁매너라는 말을 하면, 우리는 흔히 소화 불량에 걸릴 정도로 우리들을 귀찮게 하는 까다로운 형식으로 간주한다. 식탁매너란 식탁에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이 유쾌한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고 소화와 건강은 물론 즐거운 교제의 시간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서로간의 약속이다. 음식의 맛은 재료나 요리사의 솜씨도 중요하지만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매너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옛날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이 식탁에서 이야기를 하면 꾸중했다. 어쩌면 먹을 것이 넉넉하지 못하니까 불평을 원천봉쇄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식탁에서는 침묵이 가장 큰 적이다. 식탁에서 안주인은 재치를 발휘하여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식탁은 음식을 먹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교의 장이기 때문이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먹는 일에만 열중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 있는가! 그것은 좋은 매너가 아니다. 단 이때의 대화는 가볍고 재미있는 주제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모두에게 공통적 화제인 날씨, 여행, 스포츠, 음악, 영화 등이 좋다. 가급적 피해야 할 주제는 정치, 종교, 질병, 돈 등에 관한 것이다. 또한 식탁에서 너무 큰소리로 떠들거나 깔깔대고 웃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다. 특히 음식이 입안에 가득한 채 떠들거나 웃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끝으로, 일부 한국인들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서양 사람들은 식후에도 장시간의 대화를 나누기 일쑤이다. 소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한표  hppark@dmcne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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