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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변신을 위하여

 왕따문화는 배타적, 폐쇄적인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면밀히 분석해보고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왕따 중에는 용서가 안 되는 몹쓸 인간도 드물게 있다. 그러나 도저히 개전의 여지가 없다는 ㈜소시오패스(Sociopath)는 오히려 수완이 좋아 왕따는커녕 사람들과 잘 섞인다. 그래서 선악을 분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선악을 판단할 때 난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기준을 삼는다. 약자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일관성 있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면 뭔가 보통 사람과 행동양식이 다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이다. 여럿과 함께하느라 분산되지 않은 에너지는 한곳에 집중하여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뛰어난 예술가 중에 왕따 출신이 많다.    역설적일지도 모르지만, 왕따 시키는 쪽의 의도가 잔인한 게 아니라면 어느 순간의 왕따 경험은 자신을 단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아가 형성되기 전 집단 따돌림으로 여린 마음이 다치면 영혼이 피폐하게 되고 삶을 포기할 수 있다. 또한 상처와 악몽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응어리지면 사회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게 되고 반사회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범국민적으로 왕따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터넷 신문 등에서 발췌한 ‘왕따’에 관한 사례이다.
 
 
 패션업체에 근무하는 민모 씨(43·여)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집안일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근속하면서 부파트장까지 오른 민 씨였지만 직장 내 '왕따'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 남자 파트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왕따를 당한 것이다.
매일 아침 부하직원들은 민 씨의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았다. 민 씨 모르게 일을 처리하거나 결재 문서를 파트장에게 바로 올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민 씨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았다. 민 씨는 의사에게 "지금 회사를 관두려니 청춘을 바친 게 정말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부서를 옮겨야 했다.

아이돌 걸그룹‘티아라'에서 왕따로 지목됐던 멤버 화영(본명 류화영·19)이 탈퇴한 것을 계기로 성인왕따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내 왕따 문제에 가려 있었지만 성인왕따현상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해병대 내 왕따인 '기수열외'를 당한 김모 상병(20)이 총기사건을 일으켜 해병대원 4명이 사망했다. 올 2월에는 충남 서산에서 전 직장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한 성모 씨(31)가 엽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왕따를 '아싸(아웃사이더)'로 칭하는 대학에서도 매년 3, 4월 따돌림을 당해서 고민이라는 신입생의 고민 글이 학내 인터넷게시판에 자주 올라온다. 17년간 남미에서 살다가 고교시절 한국에 돌아온 A 씨(28·여)는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서도‘아싸’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왕따가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이 집단을 꾸려 생활하는 곳에선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취업포털사이트「사람인」이 5월 22일부터 일주일간 직장인 3,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명 중 1명꼴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왕따를 당한 직장인들은 직장 동료가 자신 몰래 대화를 나누거나 뒷담화 하고 회식 등 모임에서 소외돼 고통을 받았다. 심한 경우 이직을 택하거나 불면증 또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그래서 피해자가 문제를 삼을 수 없도록 '은따(은근히 따돌리는 것)'를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동물의 세계처럼 힘이 약하거나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성인들이 아동 청소년과 달리 왕따 문제를 고백하지 않아 부각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 왕따는 생김새나 성적 등을 계기로 일어나는 1차원적인 문제라 비교적 해결이 쉽지만, 어른 왕따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풀기가 쉽지 않다."며 "방치했다간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왕따는 20, 3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없던 문화라고 한다.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일본의 이지메(왕따)문화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이지메 문화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내부에서 다툼이 생기면 도망갈 곳이 없어 모두 죽기 때문에 특별히 튀는 사람 없이 자기 몫을 하는 조화로운 사회가 되어야만 전체가 살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라의 국시(國是)를 ‘화(和)’로 정하고 자기 몫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一人前(이찌닌마에)’라는 말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이지메’는 바로 이 문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기 몫을 하는 사람, 즉 강한 자만이 인간대접을 받게 되다 보니 강한 자들은 약한 자들을 ‘너희들 때문에 조화가 깨져 우리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왕따를 누구나 나쁘다고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왕따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자기 몫을 못했으므로 당연히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절망하다 못해 급기야 자결하게 되고 강한 자들만이 남아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강자생존, 적자생존이라는 아주 냉엄한 논리다. 월드컵 때에도 일본은 강팀만 응원했다. 학생시절 단체기합이라는 것도 일본의 왜곡된 문화의 잔재라고 한다.
 그러나 온정을 중시하는 우리문화는 강팀보다는 약팀을 더 응원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런데 우리나라에서 왕따라니! 우리 공동체의 발전과 조화를 파괴시키는 일본의 왜곡된 문화인 왕따는 반드시 추방시켜야 한다. 이것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민족성을 말살하려했던 치욕과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부지불식중 우리를 다시 일본의 정신적인 식민지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된다.
 
 굳이 우리문화 속에서 찾아보면 예전에도 왕따 비슷한 게 있었다. 그것의 전통적인 표현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이다. 과거 보릿고개가 매년 있었던 시절에 쌀을 아끼려고 산에서 도토리를 주어다 쌀은 아주 조금, 보리쌀은 약간, 도토리는 아주 많이 배합하여 밥을 해서 식사를 하던 시절에 개도 한 식구인지라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밥만 먹고 도토리만 남겨 놓았다는 말에서 유래되었지만 일본에서 전래된 이지메와는 정서적으로 다르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왕따는 다음과 같이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음식취향이 다르다. 성격이 독특하다. 사교성이 부족하거나 내성적이다. 하는 일이 서투르다. 한두 번 누군가의 비위를 거슬렀다. 눈치 살피지 않는 나홀로족이다. 비호세력이 없거나 몸이 약하다 등으로 대부분 약자가 당하는 부당한 고통이다.
 왕따 시키는 쪽의 입장은 대부분 취향이나 선호도 때문으로 이기심이나 잔인함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묘하게도 조직의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왕따는 때때로 역습이나 보복을 하면서 연쇄적으로 존속한다.
 
 그러나 한국에 다문화인구가 백만을 넘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그들과 더불어 살면서 문화, 인종, 가치관의 다양성을 아우르고 따뜻한 시선으로 수용해야할 현실에 접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여전히 왕따문화가 존재한다면 글로벌시대에 걸맞지 않고 뒤처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나눔과 봉사의 물결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는데, 온화함과 휴머니즘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내부에서는 왕따라는 수치스런 일본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폭력을 비롯하여 사회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집단따돌림, 그 이름만으로도 소름 돋게 하는 왕따문화를 하루빨리 퇴치하여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해야한다.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다. 소시오패스 같은 악인이 아니라면 따돌릴 게 아니라 홀대받던 개밥의 도토리가 웰빙밥상에서 사랑받는 도토리묵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미운오리새끼가 우아한 백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당장은 소외되고 약자인 그들을 보듬고 그 속에 숨은 진주를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주로 창조적 이단자, 아웃사이더(소위 ‘왕따‘)라고 불리었던 위대한 정치가, 과학자, 예술가가 외로움 속에서 치열한 노력으로 일구어놓은 업적이 있었기에 역사는 발전하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소시오패스(Sociopath) :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으로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서는 어떠한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중인격자로 감정조절에도 능수능란함.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의「당신옆의 소시오패스」에는 일반인 중 4%가 존재한다고 함.



이수영  visionlk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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