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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문하세요
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은 참으로 편리해졌다.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장소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손안의 마술사 같은 단말기로 검색하고 대화를 하느라 오프라인 상의 사람들과의 접촉은 줄어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사람사이에 벽은 더 두터워지고 삭막해진 것은 아닐까.
 
 세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질수록 묘하게도 단순한 것에 끌리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떤 부분이 발달할수록 소홀해지거나 결핍되기 쉬운 다른 부분에 대한 갈증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디지털문화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고,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사는 도시인이 농촌의 목가적인 삶을 동경하고, 너도나도 속도감을 추구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잖은 것은 현대인들이 물질문명의 발달로 메말라가는 감성에 목말라하고 여유로움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여겨진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커피전문점도 훈훈함이 그리워 파고드는 포근하고 평온한 둥지 같은 곳이 아닐까. 우리 삶에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슬픔, 아픔, 실망, 분노, 서러움, 자책감 등등.
또한 순간순간 긴장과 스트레스로 점철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심신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달콤한 향기와 은은한 분위기를 내뿜는 커피전문점은 ‘세파에 시달려 헝클어지고 추한 몰골로 오랜만에 돌아온 탕자라도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엄마 품 같은’ 환상을 갖게 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커피전문점의 매출은 매년 15~20%씩 급격히 늘면서 커피수입도 증가한다.
 
 이렇게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으로 뜨는 이유를 소비자의 기호변화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1. 음식점이나 노래방 술집처럼 떠들썩한 공간보다는 이제는 복잡한 일상 속에 과부화가 된 자신을 차분하게 가다듬거나 누군가와 진지하게 대화할 조용한 곳이 필요하다.
 
2. 혼자라도 어색하지 않고 연령층에 구애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다.
혼자 밥 먹는 사람, 차 마시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어 간단한 탁자를 갖춘 편의점이 느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3.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식당에서는 음식만 먹고 나면 뒷손님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데 커피전문점은 한나절씩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든가, 노트북을 놓고 공부를 하더라도 주인이 눈치주지 않는다. 또한 음반가게를 겸한 커피전문점, 타로카페, 북카페 등 다기능 커피전문점도 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4. 예전에는 모든 게 획일적이었다면 요즘은 다양성의 시대이다. 가령 음식을 주문하면 '자장면 10그릇!'하면서 메뉴를 통일하고, '후식은 전부 커피!'라고 외쳤던 시절이 그리 멀지않은데, 바리스타가 즉석에서 조제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의 효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하게 구비된 커피, 핫쵸코나 우유, 과일쥬스는 심리적 안정감과 평안함을 갖게 하며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가령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좋다면 아메리카노, 달콤한 게 필요하면 카라멜 마끼아또, 카페인음료가 부담되면 우유가 들어간 라떼나 생과일쥬스 등을 음미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게 되는 적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은 각자의 취향과 형편에 맞게 순간순간의 행복을 찾아서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초콜릿(2000년 ,영국)」은 프랑스의 한 마을의 낡은 인습과 사람의 성향까지 바꾸고, 가정의 화목까지 불러일으킬 뿐더러 사랑을 꽃피게 하는 놀라운 마력을 보여준다.
 
「초콜릿」의 주인공 비엔나는 100년간 낡은 인습을 안고 있으면서도 변화라는 과정을 겪지 않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딸과 함께 초콜릿가게를 연다. 그런데 비엔나의 초콜릿가게는 모든 마을사람들의 종교인 기독교의 금식기간 중에 오픈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의 방문이 금지된 공간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들어서게 되고, 비엔나는 그들의 심리상태에 맞는 일종의 처방전과 같은 맞춤 초콜릿을 선물한다. 결국 초콜릿의 마력을 인정한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내면의 스트레스와 아픔의 상황에서 해방되는 놀라운 결실을 보게 된다.
 
 영화 속 ‘초콜릿’가게와 요즘 흥행하는 커피전문점의 공통점은 내면의 스트레스와 아픔을 해소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속도와 성과의 경쟁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쉬어가는 곳이 필요하고 그런 욕구에 부응하여 때마침 커피전문점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모든 인류의 소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커피전문점은 ‘언젠가는 행복이 다가오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리기보다는 갈망을 느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행복을 주문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손짓하고 있는 것 같다. ♧
 
 

이수영  visionlk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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